- 스웨덴소설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오베라는 남자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
역자 최민우
출판사 다산책방
출판일 2015.05.20
책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웬만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까칠한 이웃 남자, 오베가 나타났다!
무엇이든 발길질을 하며 상태를 확인하는 남자. BMW 운전자와는 말도 섞지 않는 남자. 키보드 없는 아이패드에 분노하는 남자. 매일 아침 6시 15분 전 알람도 없이 깨어나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양의 커피를 내려 아내와 한 잔씩 나누어 마시고 마을 한 바퀴를 돌며 시설물들이 고장 난 것은 없는지, 아니 누군가 고장 낸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남자, 오베. 그런 그의 인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작은 이렇다. 한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일한 그는 하루아침에 일생을 바친 직장에서 쫓겨나고 만다. 이렇게 된 상황에 반년 전 떠난 아내의 빈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해왔던 그이지만 이제는 책임져야 할 사람도, 일자리도 없이 죽을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어느 화요일 오전,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일을 하게 된다. 부엌 싱크대 앞에 서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일을 말이다. 그리고 그는 결심한다.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고리를 천장에 박아 그 고리에 밧줄을 걸고 자살할 것이라고.
하지만 오베가 막 천장에 고리를 박으려는 순간, 건너편 집에 지상 최대의 얼간이가 이사를 오고 엄청나게 귀찮고 성가신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오베가 딱 싫어하는 타입의 이 인간들로 인해 오베의 계획은 시작 단계에 이르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사람을 다방면으로 귀찮게 하는 인간들은 오베가 자살을 기도할 때마다 기막힌 타이밍에 오베가 자살을 포기하고 싶게 만들 만큼 방해를 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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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거기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자기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마치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이리저리 헤맨 것 같다.
최근 들어 머리 속에 뭔가가 뒤틀린 것 같았다.
집중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그는 그게 너무도 맘에 들지 않았다.
.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드는
기묘한 반항심이 꽉 찬 상태로
오베는 시의회에 집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정반대로 굴기로 했다. 수리하기로.
.
집이 천천히 모양을 갖췄다.
하나하나 나사가 박히고 차례차례 바닥재가 깔렸다.
물론 아무도 그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 꼭 볼 필요는 없었다.
작업이 잘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었다.
오베의 아버지가 늘 그렇게 말했듯.
.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될지
결정을 내릴 때가 오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기어오르게 놔두는 사람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때가.
오베는 그녀를 만나기 전
어떻게 살아왔느냐는 질문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물어봤다면,
그는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고 대답했으리라.
.
"우린 사느라 바쁠 수도 있고
죽느라 바쁠 수도 있어요, 오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
오베는 그 웃음을 듣자
자기 가슴이 지진으로 무너진 폐허 속에서
천천히 빠져나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녀의 웃음이 그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공간을 줬다.
.
오베가 대신 화를 냈다.
어쩌면 그는 사악한 만물이 자기가 만났던 단 한 사람,
그에게는 과분했던 그 사람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였을 때,
누군가 그녀 편에서 화를 내야 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
그들은 하나같이 텅 빈 눈을 하고 있었다.
자기들은 그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평범한 사람들을 마모시키다가
결국에는 그들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반짝거리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듯.
.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아마도 바라볼 시간보단
돌아볼 시간이 더 많다는 나이에 도달했다는
깨달음과 함께 찾아올 것이다.
더 이상 앞에 남아 있는 시간이 없을 때는
다른 것을 위해 살게 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건 추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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