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소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 "완벽하게 파도를 탈 거야. 그 파도의 거품을 가져갈 거야."
시선으로부터,
저자 정세랑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0.06.05
책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
한국문학이 당도한 올곧은 따스함, 정세랑 신작 장편소설
독창적인 목소리와 세계관으로 구축한 SF소설부터 우리 시대의 현실에 단단히 발 딛고 나아가는 이야기들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로 우리에게 늘 새로운 놀라움을 선사했던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이경미 감독, 정유미 주연)과, SM에서 제작중인 케이팝 드라마 〈일루미네이션〉의 각본을 집필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그가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로 돌아왔다. 『시선으로부터,』는 구상부터 완성까지 5년이 걸린 대작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피프티 피플』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신작 장편소설이다. 『시선으로부터,』는 올해 3월 오픈한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서 3개월간 연재되었으며, 〈주간 문학동네〉 연재 후 출간되는 첫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시대의 폭력과 억압 앞에서 순종하지 않았던 심시선과 그에게서 모계로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삼대 이야기이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심시선과, 20세기의 막바지를 살아낸 시선의 딸 명혜, 명은,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손녀 화수와 우윤. 심시선에게서 뻗어나온 여성들의 삶은 우리에게 가능한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협력업체 사장이 자행한 테러에 움츠러들었던 화수는 세상의 일그러지고 오염된 면을 설명할 언어를 찾고자 한다. 해림은 친구에게 가해진 인종차별 발언에 대신 화를 내다가 괴롭힘을 당했지만 후회하거나 굴하지 않는다. 경아는 무난한 자질을 가지고도 오래 견디는 여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뒤따라오는 여성들에게 힘을 주고자 한다.
시선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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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윤은 할머니가 행복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가진 조각들이 다르네,
할머니가 나눠준 조각들이 다른가보네,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 하지 않았다.
.
분노를 연료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웃어주고 싶었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나와 내 할머니만 알고 있다고 쏘아붙이고 싶었다.
.
어릴 때는 그 삶을 원했던 적도 있는 듯한데,
이제는 이 삶이 아닌 삶을 상상할 수 없으니
짐작 불가능한 시간을 저도 모르게 통과해온 셈이었다.
.
모던 걸. 우리의 모던 걸. 내 모든 것의 뿌리.
아직 태어나지 않은 괴물의 콧등에 기대 많이 울었다.
.
완벽하게 파도를 탈 거야.
그 파도의 거품을 가져갈 거야.
.
화수는 사과가 입 밖으로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나쁜 기억들에 잠겨
몸안에 갇히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럴 때는 말도 잘 할 수 없었으니까.
.
나는 단단히 마음먹고선,
어찌 살아남았나 싶을 정도로
공격성이 없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웠다.
야생에서라면 도태되었을
무른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을 사랑했다.
그 무름을, 순정함을, 슬픔을, 유약함을.
.
"사람들은 의외로 흠 없는 것만큼이나
완전히 파괴되었다 다시 이어붙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니까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혹은 시간을 뛰어넘는 것처럼 느껴진다.
.
몸 안쪽인지 마음 안쪽인지가 불편해지자
공기가 새어나갔다. 불편했다.
그 불편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몰랐다.
.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부유의 표정이 진짜일까,
맥락 속에 의미를 부여한 것일 뿐일까?
.
실망스러워도 실망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무지개를 찾아주고 싶어하는
무지개 섬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말아야지, 하고 말이다.
.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뛰어난 것 같은데
얼마 동안 해보니 질린다면, 그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당장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도해볼 만하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거야.
그 사람이 죽고 없어도.
.
부모가 우는 걸 보는 것은 정말로 무섭지.
어른들이 유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로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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