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에세이/산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 "첫인사의 안녕과 끝인사의 안녕이 그러한 것처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저자 박준
출판사 난다
출판일 2017.07.01
책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시인 박준의 첫 산문
‘2020년 2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2017년 7월 1일에 출간한 박준 시인의 첫 산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2020년 같은 날에 2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으로 다시금 선보입니다. 출간 후 3년이라는 시간 속 그만큼 많은 독자들이 박준 시인의 글 틈에 스며주신 거지요. 그 스밈 가운데 사랑으로 번져주셨다는 사실, 덕분에 시와 산문 어디에도 기울지 않고 팽팽히 두 장르의 문학에 균형을 잡고 있는 시인에 대한 우리들의 안도와 기대는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그만큼 부담으로 어깨가 굽고 고개가 절로 숙여진 시인의 그늘은 속속들이 깊어갔겠지요……
2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은 초판 때 표지로 삼았던 것처럼 기드온 루빈의 작품 가운데 골라보았습니다. 이이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요. 보이지 않는 시선 너머를, 그 풍경을 살피고 있을 이 사람의 표정을, 혼자인 밤, 문득 시작될 그 이야기를 상상하게도 합니다. 또한 시인의 신작 산문 「바둑이점」을 커버에 수록해 반가움을 더합니다. 책을 열자마자 마주하는 면지에는 특별한 문구와 친필 사인이 인쇄되어 펼쳐보는 설렘이 있고요.
시인 박준은 2020년 삼월 봄밤부터 라디오 디제이가 되어 CBS 음악 FM ‘시작하는 밤 박준입니다’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마침 2020년 7월 1일은, 100번째 밤을 맞이하는 날이기도 하지요. 아직 떠나지 않은 어제의 여운과 오늘의 첫을 함께하는 시간 자정, 그로부터 두 시간 동안 맑고 부드러운 언어로 청취자의 이야기를 함께 앓으며 밥처럼 약처럼 시와 음악을 내어주는 그인데요. 자정이 되면 라디오를 켜보세요. 시와 음악 속에서 차분한 시인의 음성으로 하나하나 발음되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삶의 순간들에 아직 연약하게 빛나고 있던 불빛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난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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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과 일몰의 두 장면은
보면 볼수록 닮은 구석이 많았다.
일부러 지어 보이지 않아도
더없이 말갛던 그해 너의 얼굴과
굳이 숨기지 않고 마음껏 발개지던 그해 나의 얼굴이
서로 닮아 있었던 것처럼.
혹은 첫인사의 안녕과 끝인사의 안녕이 그러한 것처럼.
.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 남는다.
.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
마음의 폐허에서 나는 다시
새로운 믿음들을 쌓아올릴 것이다.
믿음은 밝고 분명한 것에서가 아니라
어둡고 흐릿한 것에서 탄생하는 거라 믿기 때문이다.
먼 시간과 먼 공간을 오래 생각하다보면
먹먹한 기분이 드는데
나는 이 순간이 꼭
고요하고 넓은 들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꼭 울음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다.
일부러 시작할 수도 없고 그치려 해도 잘 그쳐지지 않는.
흐르고 흘러가다 툭툭 떨어지기도 하며.
.
상대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은 감정을
'사랑'이라 부를 수도 있겠으나,
내가 나에게 유일해지고 싶은 감정은
'사랑'이라는 말이 아니라면 부를 방법이 없다.
.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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